번쩍번쩍 빛나는 새 하얗고 흰 운동화를 신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해진다. 깨끗하고 하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길을 걸을 때도 조심하고 벗을 때도 온 신경을 모은다. 하지만 늘 그렇듯, 바람처럼 고운 상태가 유지되지만은 않는다. 흙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바삭바삭 핫도그 위에 뿌려진 붉디붉은 케첩이 떨어져 흰 바탕위에 빨간 점을 찍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만원 지하철, 버스에서 옆 사람의 신발 바닥 모양을 문신처럼 새기는 일도 일어난다. 차라리 나를 밟으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괜히 소심한 사람처럼 보일까, 마음의 소리를 입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이곳저곳에서 묻고, 찍힌 얼룩에 마음이 한없이 쓰려 온다. 휴지와 물티슈를 이용해 빠득빠득 닦아 보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차라리 마음을 접고 빈티지 ..